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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원짜리
(패밀리)
2014. 11. 30. 14:49
할머니는 구수한 욕을 맛깔나게 버무리셨다. 아침 댓바람에 할머니 입에 누군가가 한 번 오르기 시작하면, 그날은 온 종일 썩어 문드러질 각오를 해야만 했다. 그렇게 꼼짝없이 붙잡힌 존재는 하루종일 지랄하고 자빠지기에 바빴다. 그러면 우리는 한바탕 크게 웃었다. 할머니는 웃는 우리를 보고 또 욕을 하셨다.
할머니는 욕을 십 원짜리라고 하셨다. 과자를 바꿔먹을 수 있는 십 원짜리가 아니라 할머니 자신을 그렇게 평가하셨다.
못 배운 탓에 큰 돈을 쳐 줄 수 없다면서도 말재주가 좋으니 십 원정도면 딱 이라고 하셨다. 할머니의 욕은 이상하게 거슬리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도 따라 한답시고 서로 욕을 해대면 꼭 멱살잡이가 벌어지곤 했다. 어느 누구도 할머니 욕을 따라 할 수는 없었다. 그러던 십 원짜리가 어느덧 우리 호주머니에서 사라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가치를 잃어버린 진짜 십 원짜리처럼 정다운 욕도 사라지고 있다. 아마도 세상이 삭만한 만큼 욕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도 그에 비례해서 날카롭게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는지? 타인에게 건네는 농담조차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세상에 욕이 설자리가 있을리가 만무하지 않는가?
가끔은 할머니가 버무려 주시는 맛깔나는 욕 한 접시가 먹고 싶어질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