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파괴
얼마 전부터 동심파괴라는 게시물이 인기다. 아이들에게 익숙한 동화를 사실과 다르게 그려 동화의 주인공에 대한 환상을 깨는 게시물이다. 주로 그림으로 표현된 게시물은 선정적 이면서 폭력적이다. 가장 순수하고 가장 비 폭력적인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게시물이다. 게시물의 의도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아이들이 게시물을 보고 슬퍼하는 모습에 쾌감을 얻는 것이 동심파괴의 목적이다. 동화의 주인공의 상처를 통해 얻은 희열은 아이들의 상처에서 극대화 된다.
“애꾸눈 해적 선장이 보물지도를 갖다 줄 거야. 아빠에게 분명히 약속했어.” 아이에게 풍부한 감정을 넣은 진지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아이의 눈이 동그래 졌다. 이 때다 싶어 한마디 더 했다. “해적 선장이 망원경으로 지켜 본다고 했으니깐 엄마 아빠 말 잘 들어야 해.” 아이가 곁눈질로 하마디 한다. “에이.” 길게 꼬리를 빼는 말이다. 그러면서 묻는다. “아빠. 해적선장이 산타 할아버지예요?” “아니. 산타 할아버지는 크리스마스 때 오잖아.” 산타와 해적 선장을 헷갈릴 아이가 아닌데 둘을 동일 인물로 착각 하는가 싶었다. 뒤이어 아이의 입에서 나온 말이 걸작이다. “아빠. 산타 할아버지는 우리들 마음속에만 있는 거예요.” 자신의 가슴팍에 손을 대면서 설명을 한다. 기가 찰 노릇이다. 분명 산타 할아버지가 존재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다. 요즘 애들이 빠르다고 하지만 동심이 제대로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어이 없는 아빠의 표정을 보며 아이가 웃는다.
문명은 빠르게 발달하고 있다. 이런 문명의 발전은 아이들이 가진 동심의 형태도 바꾸고 있다. 아이의 마음속에 자리했던 신데렐라와 백설공주는 어느새 최신 만화 주인공으로 바뀌었다. 우리가 어린 시절 활자를 통해 접했던 꿈속의 피터팬도 이제 날개를 잃었다. 하루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아이들을 따라가지 못 하고 있다. 인어공주를 괴물로 만든 동심파괴는 아이들의 동심을 파괴하고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들 가슴 속 깊이 남겨진 동심이 파괴되고 있다. 정작 게시물로 고통 받는 것은 아이들이 아니라 우리들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