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의 기술
오늘 신문 기사 제목이다. 과속방지턱의 설치 목적과 이용을 생각해 보면 사고위험이 줄어야 하는데 신문 제목은 오히려 위험을 키운다고 한다. 내용을 들여다봤다. 불량 과속방지턱으로 인해 차량의 손상을 유발한다. 한국 운전자의 운전 습관과 과속 방지턱의 상관관계를 보면 불량 과속방지턱이 너무 많아 이로 인한 잦은 핸들 조작이 사고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기사 내용의 핵심이다. 정상적으로 설치된 과속방지턱과는 관계없는 내용이다. 제목만 보면 정상적인 과속 방지턱도 사고를 유발할 위험이 높다는 의미로 들린다. 우리는 머리 자르고 꼬리도 자른 후, 자극적인 첨가물로 맛을 낸 신문 제목에 눈길을 보낸다. 이런 제목이 달린 기사가 하루에도 수십, 수백건씩 만들어지고 뿌려진다. 치열한 미디어 생존 경쟁이 낳은 사생아인 셈이다. 이런 제목을 뽑아내는 것도 어찌 보면 하나의 기술이다. 편집의 기술인 셈이다. 비단 기사 제목만 여기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내용도 마찬가지다. 제한된 지면에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올바르게 전달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편집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물론 자극적인 단어 선택은 당연한 옵션이다.
흔히 '창작'을 '산고의 고통'에 비유하기도 한다. 창작자는 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 한다. 고만고만한 내용보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은 창작자만의 고통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짜릿하면서도 신선한 즐거움이다. 이런 새로움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 바로 교정이다. 갓 태어난 신생아가 의젓한 성인으로 성장하기까지 겪어야 하는 많은 성장통이 바로 교정과 탈고의 과정이 아닐까? 그냥 뚝딱뚝딱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내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이 과정은 결코 생략되지 않는다. 어떤 이는 잘 정돈된 이야기를 쓰지만 다른이는 일단 써 놓고 다듬는 과정을 거친다. 창작자 대부분은 일단 써놓고 수정하는 방식을 많이 따른다. 원석을 가공하는 셈이다. 그렇다고 이 과정을 편집기나 워드의 맞춤법을 실행 하는것으로 끝 맺음하지도 말아야한다. 편리함에 젖어 단순히 마우스 클릭만으로 이루어지는 교정은 글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없다.
-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심훈의 장편소설 '칼의 노래'에 나오는 첫 문장 이다. 이 문장은 국내 독자들을 상대로 한 [소설 도입부 최고의 문장] 설문 조사에서 공동 9위를 차지했다.
심훈은 책에 실린 위 문장과 '버려진 섬마다 꽃은 피었다.' 이 문장을 놓고 장고 했다는 일화가 있다. '~이'와 '~은'이 주는 의미와 느낌이 독자들에게 어떻게 다르게 읽힐 것인가? 어떤 문장을 사용하면 작가의 의도가 충분히 전달 될 수 있을 것인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아주 사소한 단어 하나를 두고 세밀히 검토했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단어 하나하나를 검토하고 고민하는 것은 소설가 입장에서는 책 내용을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그 일이 바로 교정과 탈고다. 문장을 통째로 들어내 보기도 하고, 앞.뒤 단어를 바꾸어 보기도 하는 과정은 어쩌면 편집의 기술과 일맥상통한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라는 질문보다 더 어려운 것이 바로 어떤 단어를 어디에 넣을 것인가?라는 고민이 아닐까? 이제는 창작의 고통에 편집의 기술이라는 날개를 달아 보자. 이야기에 생명을 불어 넣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