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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경-1] 동물농장-조지 오웰

(패밀리) 2019. 7. 18. 21:22

 

[현미경-1] 동물농장-조지 오웰

 

 

 

"어떤 동물도 절대 동족을 억압해서는 안 됩니다. 강하거나 약하거나 슬기롭거나 우리는 모두 형제입니다. 동물은 다른 동물을 절대 죽여서는 안 됩니다. 동물은 모두 평등합니다."

 

 

 

   조지 오웰(Geroge Orwell-1903~1950)은 영국을 대표하는 사회주의 작가입니다. 그는 인도에서 출생했으며, 영국 관리인 아버지를 따라 인도와 버마에서 생활했죠. 오웰은 제국주의 시기 식민지의 실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1927년 영국으로 귀국한 후에는 파리 빈민가와 런던 부랑자들의 극빈 생활을 실제 체험했습니다. 이러한 그의 경험은 후일 '1984'와 '동물농장'등 사회주의 소설을 쓰는 토대가 되었죠.

 

 

   그의 대표작 '동물농장'은 스탈린 체제하의 소련을 묘사한 풍자 소설입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프롤레타리아 혁명에 성공한 소련을 풍자한 소설 동물농장은 1943년에 집필하기 시작했습니다. 조지 오웰은 1945년 이전에 소설을 완성했지만 정식 발표는 뒤로 미루게 됩니다. 이유는 1943년은 2차 세계대전이 치열하게 진행되는 시기였죠. 주축 군과 전쟁 중이던 연합국은 소련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상황입니다. 소련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 소련 정치체제를 비판하는 소설이 발간되면 아무래도 연합국의 입장이 난처해지겠죠. 그래서 소설 발간이 필요에 따라 연기되었습니다. 동물농장은 유럽 전쟁이 끝난 1945년 8월에야 정식 발간되었고 조지 오웰은 일약 스타 작가가 되었습니다. 특히 2차 대전이 종전되고 소련과 이데올로기 갈등을 빚던 미국에서는 스탈린 체제하의 소련을 풍자한 소설에 더욱 열광적이었습니다.

 

 

 

   지난 1991년 소련 연방 공화국이 해체되고 이데올로기의 종식이 선언된 지 20년이 지난 이 시점에 동물농장을 당시 꺼내는 것은 시대를 뛰어넘는 소설이 1945년에서 출발하여 2019년 현재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서로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입니다. 냉전 이데올로기가 사라져버린 이 시대에도 동물농장은 유효할까요? 아니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또 다른 메시지를 던져주는 것은 아닐까요?

 

 

   동물농장은 소련 체제. 정확히 말하면 사회주의의 단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소설로 잘 알려져 있죠. 그렇다면 2000년대를 살아가는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사회주의 공화국인 국가들을 보면 이 소설이 현재 사회주의 체제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꼬집는 것일까요? 아니면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정치 집단에서도 소설에서 보여주는 여러 단편적인 문제가 여전히 존재할까요?

 

 

   사실 동물농장은 사회주의 비판 소설로 잘 알려졌지만 오히려 '독재'를 비판한 소설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치 흑. 백처럼 이분법적 이데올로기로 접근한다면 사회주의 체제가 민주주의 국가 보다 독재가 나타날 확률이 지극히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이 사회주의 실상을 풍자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소설이 보여주는 여러 단면은 사회주의의 불합리한 현상이라기보다는 넓게 들여다보면 독재체제의 단면을 풍자한 것에 더 가깝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유는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국가라 할지라도 독재의 늪에 빠져들면 동물농장과 같은 형태의 현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자세한 이야기는 소설 내용과 함께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렇다면 동물농장이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 비추어 어떤 부분에서 유효하며, 우리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를 고민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CHAPTER 1

 

 

   매너 농장의 주인이 잠에 드는 밤이면 메이저라는 이름의 늙은 돼지가 농장 동물을 모아두고 연설합니다. 연설의 요지는 동물에 대한 인간의 차별입니다. 인간은 동물이 생산한 여러 생산품을 아무런 대가 없이 가져갑니다. 메이저는 인간에게 착취당하는 동물의 암울한 현실을 동물들에게 인식시킵니다.

 

 

"자. 동지들. 그럼 우리 삶의 본질은 무엇입니까?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우리네 삶은 비참하고 고달프고 그리고 짧습니다. 우리는 태어나면 몸뚱이에 겨우 숨이 붙어있을 만큼만 먹이가 주어지고 일할 수 있는 동물은 마지막 기운이 다할 때까지 노동을 강요당합니다. <중략> 동물의 삶은 비참한 노예의 삶입니다."

 

 

 

 

   소설 동물농장에서 늙은 돼지 '메이저'는 '마르크스(맑스)'입니다. 마르크스는 '자본론'을 통해서 자본주의의 현실과 문제를 적나라하게 비판합니다. 그의 자본론은 경제학의 절대 기준인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고전 경제학으로 밀어내는 역할을 했습니다. 자본주의가 도래하고 계급사회가 무너지는 상황을 보면서 마르크스는 중세기말 대중에게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예언합니다.

 

 

   동물농장의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세 계급사회에 대한 이해가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합니다. 특히 늙은 돼지 메이저가 나오는 [CHAPTER 1]이 전체 소설을 이끌어가는 매우 중요한 기틀이 되기 때문에 당시 시대상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럽 중세 봉건사회의 특징은 절대 왕권 아래 봉건 영주(귀족)가 왕과 힘을 겨루던 시기였습니다. 우리의 조선 시대와 비슷한 경우죠. 왕이 존재하지만 그 아래 세도가가 왕권을 좌우하던 것과 같습니다. 왕권과 귀족 간에 힘겨루기의 피해는 모두 백성에게 전가됩니다. 왕정주의 시대에 국가 내 모든 것은(영토는 물론 사람까지) 왕의 소유물입니다. 귀족은 왕이 하사한 땅과 노예에 대한 소유권이 있죠. 그런데, 왕의 권한이 축소되고 귀족의 권한이 강화된 중세에는 일반 백성까지 귀족이 소유한 영지의 노예와 같은 생활을 하게 됩니다. 이른바 농노의 출현이죠. 단순한 소작농의 개념을 넘어선 노예에 가까운 위치로 전락하게 됩니다. 특히 유럽의 중세기는 정교합일의 사회였습니다. 로마에서 공인된 '기독교'가 정치와 결합하여 '교황'의 권위가 대단하던 시대였으니 왕권은 더욱 약했던 시기입니다. 늙은 돼지 '메이저'의 연설은 중세기말 백성의 모습을 그대로 대변해주는 모습입니다.

 

 

   마르크스는 봉건 시대와 자본주의의 폐단을 경험했으며 프랑스 대혁명을 지켜봤습니다. 시민이 스스로 봉기한 프랑스에는 대혁명이 일어났어도 혁명의 달콤한 열매는 부르주아지의 몫이었지 결코 일반 대중의 몫은 아니었습니다. (프랑스 대혁명은 부르주아혁명입니다) 결국 프롤레타리아트 계급이 살아남는 방법은 부르주아지 혁명과 같은 형태의 프롤레타리아 혁명밖에 없으며 그것은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꿈꾸는 것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산당 선언'입니다.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거닐고 있다-공산당이라는 유령이"

 

 

   공산당 선언의 첫 머리를 보면 이미 유럽에는 사회주의가 안개처럼 내밀하게 깔려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공산이라고 하는 공동생산, 공동분배 방식이 새삼스러울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공동 생산체계는 원시 공산사회까지는 아니더라도 농업 사회에서는 일반화된 협동 생산 방식이었기 때문에 경제학자였던 마르크스의 눈에는 특별할 것도 아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단지, 경제적인 평등을 추구하는 것은 익히 잘 알려져 있지만 이를 정치적으로 어떻게 구현하느냐가 가방 큰 고민거리였을지도 모릅니다. 경제체계를 정치와 사회적인 부분까지 폭 넓히는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만큼 어려운 과정입니다. 그래서 동물농장에서 늙은 돼지 메이저는 마치 꿈의 이상향과도 같은 뚜렷하지 않는 미래를 이야기합니다. 그것이 언제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