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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을 극복하는 선수들

(패밀리) 2019. 7. 27. 17:00

1968년 멕시코 올림픽. 육상 200M 경기가 끝나고 시상식이 진행되고 미국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1등과 3등을 한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는 고개를 숙이고 검은 장갑을 낀 주먹을 높이 올립니다. 2등을 한 호주의 피터 노먼을 포함해 세 명의 메달 수상자는 모두 '인권을 위한 올림픽 프로젝트'배지를 가슴에 달고 있었죠.

 

 

'흑인 인권'을 대표하는 이 경례는 당시 극심한 비난에 직면했었습니다. 세 선수는 야유를 받으며 시상대에서 내려가야 했고, 미국팀은 올림픽 주최측으로부터 스미스와 카를로스를 추방하라는 압력에 시달렸습니다. 노먼 역시 호주로 돌아가서 많은 비난에 시달려야 했죠.

 

스포츠는 모든 선수가 같은 출발선에서 공평하게 경기를 하는 게임입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어떤 선수는 많은 어려움을 견뎌야만 합니다. 차별을 지양하면서도 아직 눈에 보이지 않는 차이를 우리는 인정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죠. 나와 다르다는 이유 만으로 세상은 아직 많은 불합리한 상황이 벌어지곤 합니다. 때로는 이런 상황을 견디는 것이 공평한 시합을 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이런 용기 있는 결심을 지지하고 많은 선수가 이런 용기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스포츠가 주는 묵직한 감동이 아닐까요.

 

26일 광주 수영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미국의 시몬 매뉴얼이라는 흑인 선수가 금메달을 딴 소식을 기사로 접했습니다. 지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기도 한 시몬 매뉴얼은 미국 수영에서는 메달을 딴 최초의 흑인 선수입니다. 리우 올림픽 당시 시몬은 메달을 딴 후에 인터뷰를 통해 "이 금메달은 단순히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다. 큰 의미를 지닌다"라며 눈물을 흘려 큰 울림을 남겼습니다. 이번에는 메달을 딴 후에 이제는 울지 않는다면 환하게 웃었습니다. 시몬 매뉴얼의 금메달 기사에 아직까지 남아있는 많은 차별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 마지막으로 전달합니다.

 

지난해 8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서머밀의 한 수영장에서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38세의 백인 여성 스테파니 세비 스트렘펄 씨는 수영을 즐기던 15세 흑인 청소년을 불러 수영장을 떠나라고 요구했다. 해당 수영장은 주민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흑인 청소년은 친구로부터 초대를 받은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소용없었다.

 

흑인 청소년은 짐을 싸며 과거 흑인 노예의 말투로 "예 마님"이라고 비꼬았고, 격분한 백인 여성은 이 청소년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해 경찰에 체포됐다.

 

이 사건은 미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뉴욕타임스는 이 사건을 두고 "미국의 수영장은 인종차별의 오랜 역사를 갖고 있으며, 그 갈등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세기 중반까지 미국에서 백인과 흑인이 함께 수영하는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흑인과 같은 물에 몸을 담근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보수적인 백인 사회의 인식이었다. 세상이 변하면서 인종차별법이 강화되고, 흑인들이 마음껏 수영장에 출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지만, 사회적인 인식은 여전했다. 흑인들은 백인보다 수영할 기회가 적었다.

 

수영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스포츠를 즐길 수 없다는 것 이상의 큰 문제였다. 수영은 생존 문제였다. 2010년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선 6명의 흑인 청소년이 강에 빠진 친구를 구하러 들어갔다가 모두 물에 빠져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익사한 6명의 청소년 중 수영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수영을 못하는 흑인들이 익사하는 사건은 끊이질 않고 이어졌다.

 

26일 2019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미국 대표팀 시몬 매뉴얼(23)의 웃음은 그래서 더 의미 있다. [연합뉴스 기사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