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 2022. 4. 3. 10:11

<원문>

近思錄集解 卷之一

道體 凡五十一條

1-1 濂溪先生曰
無極而太極이니
朱子曰
上天之載 無聲無臭而實造化之樞紐요 品彙之根柢也라
故曰 無極而太極이라하니 非太極之外에 復有無極也

 

上天之載: 중용33장

樞紐: 지도리는 문을 열고 닫을 때 경첩에 끼워진 쇠막대를 말한다. 이것이 없으면 문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

根柢: 모든 존재 원리

 

<번역>

이 卷은 性의 本原과 道의 체통(體統:전체)을 논하였으니, 學問의 강령(綱領)이다.
1-1 염계선생(濂溪先生)이 말씀하였다.
무극(無極)이면서 태극(太極)이니,

朱子가 말씀하였다.
上天의 일은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으나 실로 조화(造化)의 추뉴(樞紐:사물의 중요한 요점,중추)이고 품휘(品彙:만물)의 근저(根柢:근본,뿌리)이다.
그러므로 ‘無極이면서 太極’이라 하였으니, 太極 이외에 다시 無極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해석>

무극(無極)이면서 태극(太極)이니: 무극(無極)과 태극(太極)은 개별로 존재하지 않고, 하나라는 의미다. 태극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태극은 존재하지만 실체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무극(無極)을 가져와 설명한다고 본다. 무극에서 태극이 나온다는 일부 주장은 맞지 않는다. 무극과 태극에 대한 설명은 주자의 해석을 보면 뚜렷하게 드러난다.

 

上天여기서 천(天)은 "하늘님"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해서 기독교적 해석으로 나타나는 절대적인 주재자가 존재한다는 말은 아니다. 천지를 창조하는 근본적인 원리가 존재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천명(天命)으로 볼 수 있다.

 

조화(造化)의 추뉴(樞紐)이고 품휘(品彙)의 근저(根柢)이다.모든 세상 만물의 근본이자 그것이 작동하는 원리(조화)가 모두 포함된 것이 태극(太極)이다. 결국 태극은 천지가 창조하고 천지가 운행하는 모든 근본 원리가 다 포함되어있다. 예를 들면,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이어지는 계절의 변화는 천지가 운행하는 원리다. 이 원리를 조화의 추뉴라 했는데 이것은 실제 존재하지만, 소리가 나거나 냄새도 없다. 또한, 하늘과 땅이 존재하고 바람과 물이 존재하는 원리는 것은 품휘의 근저인데 이 또한 소리나 냄새가 없다. 

 

無極이면서 太極’이라 하였으니, 太極 이외에 다시 無極이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의 근본이 바로 태극(太極)인데 이  태극(太極)을 그냥 태극(太極)으로만 이야기하면, 마치 태극이라는 것을 만들고 운영하는 주재자가 존재한다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 그래서 실제로 있지만 형체가 있거나 냄새나 소리 등 인간이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해서 무극(無極)을 등장시켜 설명했다.

 

<원문 밑줄 주석>

無極而太極 : 진실로 한 물건이 점점 쌓여서 이루어진 것입니까?” 하고 묻자, 朱子가 말씀하였다. “점점 쌓인 것이 아니니, 無極이란 無形이고 太極이란 이치가 있는 것이다.”

○ 사람들이 태극(太極)을 가지고 하나의 형상(形象)이 있는 것으로 여길까 염려하였다. 그러므로 또 무극(無極)을 말씀한 것이니, 無極은 다만 이치(理致)이다. 極은 도리(道理)의 지극 함이니, 온갖 천지만물(天地萬物의) 이치가 곧 太極이다.
○ “邵子(소옹:邵雍)가 無極의 前을 말씀하였으니, 無極을 어떻게 前이라고 말했습니까?” 하고 묻자, 朱子가 말씀하였다. “邵子는 《周易》의 圖式上에 나아가 순환(循環)의 뜻을 말씀한 것이다. 구괘(姤卦)부터 곤괘(坤卦)까지는 陰이 陽을 머금었고 복괘(復卦)부터 건괘(乾卦)까지는 陽이 陰을 나눈 것이며, 곤괘(坤卦)와 복괘(復卦) 사이가 바로 無極이고 곤괘(坤卦)부터 구괘(姤卦)로 돌아오는 것이 바로 無極의 前이다.”

 

上天之載 無聲無臭 : 眞理나 지극한 德을 가리킨다. 《詩經》 〈大雅 文王〉에 “上天의 일은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다.〔上天之載 無聲無臭〕” 하였는데, 《中庸》에 不顯의 德을 말하면서 “《詩經》에 ‘德은 가볍기가 터럭과 같다.’ 하였는데, 터럭도 오히려 비교할 만한 것이 있으니, ‘上天의 일은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다.’는 표현이어야 지극하다.” 하였다.

 

無極而太極 非太極之外 復有無極也: "上天의 일이 바로 太極입니까?"하고 묻자, 주자가 말씀하셨다. 창창(蒼蒼:멀어서 아득함)은 바로 상천(上天:신의 영역-절대적인 부분)이고 이(理)는 재자(載字:인간의 영역-상대적인 부분) 위에 있다. 상천의 일이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다는 것은 바로 유(有) 가운데에 나아가 무(無)를 말한 것이며, 無極而太極은 바로 무(無) 가운데에 나아가 유(有)를 말한 것이다.

 

<자료>

구괘(姤卦): 주역 64괘 중 44번째 괘명. 구(姤)는 ‘만나다’라는 뜻으로 『단전(彖傳)』에서는 ‘유순한 음효가 강건(剛健)한 양효를 만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구괘는 12월 소식괘 중의 하나로서, 4월괘인 건괘(乾卦) 다음인 5월괘이다. 순양괘인 건괘에서부터 음효 하나가 생겨나서 음과 양이 처음으로 만나는 단계이기 때문에 ‘구(姤)’라고 이름을 붙였다.

곤괘(坤卦): 64괘 중 2번째. 곤괘(○○)는 음효(陰爻)로만 이루어진 순음괘(純陰卦)이다. 곤(坤)의 글자 뜻은, 토(土)가 십이지(十二支)에서 신(申)에 해당되므로 토와 신이 합하여 이루어졌다고 한다. 곤은 여러 가지 각도에서 건(乾)과 대응되는데, 건의 성질이 강건(剛健)함에 비하여 곤은 유순(柔順)함을 말한다. 즉, 건이 남성적이라면 곤은 여성적 성질을 대표한다.

복괘(復卦): 64괘 중 24번째. ‘복(復)’은 ‘돌아온다’는 뜻인데, 본래 상태로 회복됨을 의미한다. 복괘는 박괘(剝卦)와 반대로 초효만이 양효이고, 나머지 다섯 효는 모두 음효로서, 박괘 상구효가 초효로 복귀해 이루어진 괘이다. 이것은 ‘위에서 극에 달하면 아래로 돌아와 다시 생한다,라고 하는 역리(易理)에 근거한 것으로 나무 열매 속에 들어있던 씨앗이 땅에 떨어져 새로운 생명을 싹 트이는 상황으로 비유될 수 있다.
내·외괘로 보면 땅 속에서 우뢰가 있는 모습으로 10월 음이 극성한 때를 지나 11월 동짓달 하나의 양이 처음 움직이기 시작하는 단계이다. 1년 중에서 가장 추운 동짓달, 얼어붙어 있는 지표(地表) 아래에 새로운 생명이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건괘(乾卦): 64괘 가운데 첫 번째. 건괘는 양효(陽爻)로서만 이루어진 순양괘(純陽卦)이다. 건이라는 글자는 생명력을 의미하는 글자로서 천(天)이 하늘의 형체를 그린 글자라면 건은 하늘의 성격과 본질적 기능을 의미한다. 설괘전(說卦傳)에는 “건(乾)은 건(健)이다.”라 하였다. 정이(程頤)가 “건장하여 쉼이 없다.”라고 풀이한 것은 바로 천이 끊임없이 만물을 창조하는 생명력의 근원임을 말한 것이다. 설괘전에 의하면, 건은 하늘·아버지·군주·머리·둥근 원·말 등을 상징한다고 되어 있다. 
건괘의 성격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구절이 괘사(卦辭)인 원형이정(元亨利貞)이다. 이것은 봄·여름·가을·겨울 네 계절의 변화로 대표될 수 있는 천도(天道)의 전개과정으로서 만물의 생장수성(生長遂成)을 의미하는 동시에 인간에게는 인·의·예·지의 네 가지 덕(德)이 된다. 이것은 천도와 인성(人性)의 강상(綱常)이라고 할 수 있다. 천도의 전개과정과 그에 따르는 인간의 당위를 연계시켜 설명해주는 것이 효사(爻辭)이다.  (이상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자료)

64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