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에서 배우는 활 이야기
아내와 아이를 두고 시합을 참가하는 일이 어쩌다 한번 있습니다. 이럴 때면 저녁에는 심심 해 집니다. 시합장 주변 숙소에서는 마땅히 할 것도 없습니다. 시합을 왔으니 술 마시기도 그렇고 그냥 T.V만 틀어둔 체 시간을 보냅니다. 사실 T.V도 즐겨보지 않기 때문에 오 갈데 없는 채널만 돌리다 바둑 프로에 눈길이 갑니다.
바둑 한판에는 인생이 다 들어 있다고 합니다. 이번 기전은 [A] 7단과 [B] 4단의 대결입니다. 해설은 7단 경력의 프로가 맡았습니다. 차분하게 진행되던 바둑은 서서히 전운이 감돌더니 드디어 좌변에서 큰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프로의 싸움은 외줄타기와 같습니다. 죽을 듯 하면서도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것처럼 보여도 숨가쁜 게 프로의 싸움입니다. 백의 기세에 쫓기던 흑은 좌변에서 중앙으로 탈출을 시도 합니다. 백은 흑을 쉽게 놓아주지 않을 모양입니다. 이럴 때 가장 신이 난 사람은 바로 해설가입니다. 흔히 수순이라고 하는 당연히 두어야 하는 수를 둘지 아니면 색다른 방법으로 현 상황을 타게 할지 그리고 백은 흑을 어떻게 잡을지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쉽게 풀어 설명을 합니다.
장고 끝에 흑이 한 수 둡니다. 생각지 않던 한 수에 모두들 놀랍니다. 해설가도 생각하지 않던 수였습니다.
“그렇게 두나요?” 해설가가 말 합니다.
“그 방법이 되나 모르겠습니다. 잠시 여기를 보시죠.”
대국실을 보여주던 화면은 해설가의 바둑판으로 옮겨집니다. 해설가는 흑의 한 수에 다시 다양한 의견을 내 놓습니다.
“이렇게 되면, 이렇게 받고 이렇게 진행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이런 방법으로도 진행 될 수도 있습니다.”
“백이 어떻게 반응 할지 다음 수순이 궁금해 집니다.”
저는 해설가의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해설가 역시 프로 바둑에서 잔 뼈가 굵은 프로 7단의 실력을 가진 분 입니다. 바둑 해설가는 자신이 예상하지 못한 수를 두엇을 대 비슷한 반응들을 합니다.
“그럴 수가 있었군요.”
“그게 통할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재미난 수 입니다.”
“아. 그게 통하나요?”
자신의 해설이 틀렸을 때 결코 당황하거나 변명을 늘어놓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자신의 예상을 고집하지도 않습니다. 시청자의 눈 높이에 맞춰 해설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도 항상 배우는 입장이 되고자 합니다. 그렇다고 시청자는
“프로 7단이나 되는 사람이 그런 것도 모르나?”
“해설가가 저것 밖에 안되?”
라은 반응을 하지 않습니다. 해설가가 틀리거나 실수 했다고 해서 그 누구도 자질에 대해 문제 삼거나 비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해설가는 부담없이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 할 수있고 스스로 배우기도 합니다.
이는 비단 해설가의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세계기전에서 항상 등장하는 검토실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름만 들어도 아는 쟁쟁한 프로기사들이 검토실에서 서로 자신의 의견을 주고 받습니다. 시간이 남아돌아서 모인것은 아입니다. 그렇다고 대국을 보고 싶으면 집에서 관전하면 그만입니다. 그 좁은 검토실에 수 많은 기사들이 모인 이유는 배우기 위함입니다. 서로 의견을 나누면서 친목을 도모합니다. 여러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다양한 의견을 이야기 합니다. 그래서 이름이 [검토실]입니다. 내 의견이 맞느냐 틀리느냐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맞고 틀리고는 일상 속에 수 없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승부가 결정 났습니다. 패자는 속이 쓰립니다. 열이 오르고 화가 납니다. 승자는 즐겁습니다. 웃고 떠들고 싶어 집니다. 자신의 무용담을 이야기하고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두 기사는 묵묵히 복기 합니다. 두 기사는 언제 그렇게 치열히 싸웠는지도 모르게 자신이 둔 바둑을 다시 복기하며 서로 의견을 나눕니다. 다시 진지해 집니다. 상대의 의견을 받아들이기도 하고 나의 의견을 내 놓기도 합니다. 패자는 말이 없다지만 바둑의 복기는 승자 패자가 따로 없습니다. 특이하게 바둑은 배우는 것에는 계급장을 떼 놓습니다. 아마 그 속에 발전이 있기 때문입니다..
활은 감각에 의존하는 운동입니다. 속 근육을 사용하다 보니 겉 자세는 비슷하지만 쏘는 사람마다의 느낌은 천차만별입니다. 이 방법이 이 사람에게 맞을 수도 있지만 맞이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아마추어의 세계에서 정석을 고집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특히 감각이라는 부분을 말로 설명하기는 참 어렵습니다. 이 어려운 느낌을 글로 쓰기는 더 어렵습니다. 구구절절이 다 쓰자니 길어지고 복잡 해 집니다. 그렇다고 머리 자르고 꼬리 자르고 몸통만 쓸 수도 없습니다. 오해가 생기기 딱 좋습니다.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는 바둑 해설가와 같은 자세가 필요 할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 그런 방법도 있었네요.”
“그 사법을 한번 연습해 봐야겠군요.”
“그게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좋은 방법 일 것 같습니다.”
"좋은 의견입니다. 혹시 제가 생각하는 이 방법은 어떨까요?"
논쟁은 필요하지만, 언쟁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요?
'▶ Archery Talk > ▷ 아처 트레이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활을 잘 쏘고 싶습니까? - 승리의 주문 루틴[2] (0) | 2016.06.30 |
---|---|
꿈에는 지름길이 없다 (0) | 2016.06.03 |
올바른 나의 자세 (0) | 2015.06.14 |
[아처 트레이닝-8] 어떻게 가르치고 어떻게 배울 것인가? (0) | 2015.06.05 |
[아처 트레이닝-7] 멘탈 유지를 위한 간단한 방법 (0) | 2015.06.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