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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돕는 행위로 생각하는 인문학

(패밀리) 2016. 11. 25. 12:54

타인을 돕는 행위로 생각하는 인문학


며칠 전 뜻밖에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네요. 발신자는 한상국님 입니다. 자이언트 팀에서 활동하시는 분입니다. 제가 뜻밖이라는 것은 자주 안부를 묻는 사이는 아니라는 이야기 입니다.  제가 지난 6월에 열린 대회를 끝으로 활동을 하지 않았으니 못 본지 아주 오래 되었죠. 그렇기에 안부를 묻는 말이 어색하면서도 반가웠습니다. 대화는 안부 인사에서 베트남 양궁 팀 이야기로 바뀌었습니다. 동남아시아 지역의 양궁 팀 사정은 과거 이런 저런 풍문으로 많이 들었습니다. 물론 특정 팀 외에 대부분의 팀은 사정이 매우 어렵다는 것도 어느 정도 알고 있던 터였죠. 그렇기에 한상국님의 베트남 양궁 팀을 돕자는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웠습니다.

 

제가 양궁에 입문한지 벌써 14년이 되었네요. 오랫동안 양궁을 하면서 참 좋은 운동이구나 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스포츠가 주는 희열이나 기쁨. 그리고, 육체적 정신적인 어려움을 두루 겪기도 했고, 아내의 지병이 양궁 덕분에 더 이상 악화되지 않기도 했네요.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양궁에서 얻은 고마움을 다시 양궁에 돌려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베트남 양궁 팀 돕기에 동참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기부나 돕기와 관련된 이야기를 인문학과 연관 지어 이야기 해 볼까 합니다.

 

맹자의 공손추편에 보면 측은지심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는 것은 사람이 아니고, 부끄러운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사양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옳고 그름을 아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은 어짊의 극치이고,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은 옳음의 극치이고, 사양하는 마음은 예절의 극치이고, 옳고 그름을 아는 마음은 지혜의 극치이다[無惻隱之心 非人也 無羞惡之心 非人也 無辭讓之心 非人也 無是非之心 非人也. 惻隱之心 仁之端也 羞惡之心 義之端也 辭讓之心 禮之端也 是非之心 智之端也].

 

여기에 나오는 측은지심은 남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인간은 이런 마음을 타고난다고 하였습니다. 맹자는 사람의 본성은 착하다 라는 성선설을 주장한 학자입니다. 사람은 의지적 확충작용에 의해 덕성을 높일 수 있는데 천부적으로 타고난 4가지 마음을 측은(惻隱), 수오(羞惡), 사양(辭讓), 시비(是非)가 있으며 이는 각각 인(), (), (), ()의 근원을 이룬다고 보았습니다.

 

. 무엇인가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은 인간의 본성입니다. 그 대상이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이나 식물 등 곤란에 처한 생명체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측은함을 느끼는 것은 내면의 ''라는 존재 입니다. 측은함이 인지되어 불편한 생각이 드는 것은 외면의 ''입니다. 다시 말하면 존재하지 않는 -형체가 없는- 내면의 ""가 형체로 존재하는 외면의 ""에게 전하는 메시지 입니다. 이는 데카르트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데카르트는 그의 "나는 생각한다." "나는 존재한다." (이전에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로 표현 했습니다.) 로 철학의 중심을 "" 중심에서 "인간"중심으로 바꾸었습니다. 생각 하는 존재는 분명 형태가 없는 존재 입니다. 하지만 '생각을 한다' 라는 것은 곳 '존재한다'는 의미로 확장됩니다. '존재' 하지 않는 개체가 '생각'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데카르트는 생각하는 존재 -형체가 없는 ""-는 곧 눈에 보이는 존재 -형태가 있는''-와 같다고 말 하였습니다.

 

다시 맹자의 사상으로 돌아와 보면 측은지심은 곧 인간의 이성이 아닌 본성입니다. 이 마음이 '이성'이 아닌 이유는 우리가 한번도 경험하지 않은 상황이라도 "불쌍하다"라는 생각은 들게 마련입니다. 실제 전쟁에서 느끼는 극한의 공포나 '기아'의 무서움을 직접 경험하지 않아도 사진 한 장만으로도 불편한 마음이 드는 것과 같습니다. 다른 이유로는 각자 느끼는 측은지심이 다른 게 표현됩니다. 누군가는 불쌍함에 눈물을 흘리지만 누군가는 분노로 표현 하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애써 외면 하기도 합니다. 이는 일괄적인 교육으로 나타날 수 없는 행동양식입니다. 물론 각각의 사람이 처한 상황이 다르고 교육의 질적 양적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형태로 표현 되는것이 마땅합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동일하게 느끼는 감정을 다르게 표현 한다는 것은 교육의 영향도 있지만 개인이 가진 선천적 성향이 더 크다 할 수 있습니다. 이 다름이 인간 본성에 크게 좌우됨을 의미합니다. 만일 본성보다 이성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면 동일한 교육 여건이나 동일한 가정 교육을 받는 사람들은 모두 동일한 반응이 나타나야 합니다.

 

이런 '' ''에게 주는 메시지를 거부 하거나 거절 하는 것은 본성을 외면하는 행동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숨겨야 하는 교육 환경에서 살아 왔습니다. 흔히 '겸양의 미' 라거나 '눈물 흘리는 것은 약한 행동'이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랐습니다. 본성을 숨기고 오로지 이성에만 과도하게 의존 하는 것은 스스로를 부정 하는 것과 같습니다. 기쁘고 즐거우면 크게 웃고 슬프고 눈물이 나면 크게 울어야 합니다. 이는 본능에 지배 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생존과 밀접한 연관이 되어있습니다. 울음은 스스로를 치유하는 행위입니다. 혹은 울음으로 타인에게 도움-위로-을 받기 위함입니다. 기뻐하는 것은 면역체계를 강화시키는 행동입니다. 즐거운 상상 만으로도 건강한 호르몬의 분비가 늘어납니다. 이런 감정에 따른 신체 변화는 사회적 동물이 가진 생존을 위한 행동입니다.

 

우리가 측은지심을 행위나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스스로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행동의 ''이나 ''의 중요성 보다 행동으로 인한 위로가 더 큰 목적입니다. 같이 아픔을 공유하거나 슬픔을 해소하기 위한 행동뿐만 아니라 소액기부, 재능기부 등 모든 행동이 측은지심으로 인해 생기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함입니다. 그런 행동으로 스스로가 편해져 마음의 평안을 찾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입니다. 하지만 말로는 쉽지 않습니다. 생각 만으로도 잘 되지 않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 또한 인간의 본능에 의한 결과입니다. 스스로 생존을 위해 이기적인 상태가 되는 것 또한 수만 년에 걸쳐 우리의 몸 속에 새겨진 유전자에 의한 결과입니다. 그래서 용기와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전화 한 통에 천 원 만 원하는 다이얼에 선뜻 손이 가지 않습니다. 이를 이겨내는 것은 순전히 이성에 의존 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도덕성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학습하고 체득해서 얻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오랫동안 철저히 자기 중심적 행동을 해 왔습니다. 인간의 몸은 추위, 더위, , 비 등으로 부 터 스스로 몸을 지킬 수 없습니다. 빠른 달리기나 강한 힘을 가진 것도 아닙니다. 집단 방어를 하지 않으면 맹수로 부 터 단 일분도 자신을 지키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인간은 철저히 자기 중심적입니다. 그래서, 타인의 요청이 없으면 스스로 타인을 돕는데 무척 인색합니다. 이런 경향은 현대 물질 사회를 거치면서 더 강화 되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학습에 있어서는 모든 생명체 중에서 으뜸입니다. 타인을 돕는 행위로 인한 즐거움이나 스스로의 변화를 인지 하는 순간 그 학습효과는 무척 놀랍게 발전 합니다. 돈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매우 인색한 성격 이어서가 아닙니다. 이유 없이 머뭇거리던 돕는 행위가 일단 시작 되면 학습효과로 인해 두 번째, 세 번째는 스스로 달라진 자신을 발견 할 수 있습니다.

 

숙련자가 초보자를 돕는 행위. 길에 떨어진 물건을 주워 주는 행위.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행위. 끼어들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동차 속도를 줄여주는 행위. 이런 소소한 생활에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타인을 돕는 행동을 많이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측은지심이 묻어나는 마음의 울림을 기부로 표현하는 행동이 당연해 보일 수 있습니다. 이런 마음이 들 때마다 저금통에 동전 하나라도 넣어 주세요. 그런 마음이 모여 저금통이 꽉 차면 그 돈을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 주시기 바랍니다.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 나의 손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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