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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페르니쿠스와 혁명

(패밀리) 2019. 7. 26. 06:46

코페르니쿠스가 저술한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의 원래 제목은 <회전(Revolution)>이었다.

 

 

1512년 약식으로 간단하게 발표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태양중심설)은 당시 기독교가 재배하던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 줍니다. 313년 콘스탄티누스 황제로부터 기독교가 공인받은 후 전 유럽 사회는 기독교에 의해 통치되던 시기였으니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발표하던 때에는 기독교가 공인받은 지 1100년이 지난 뒤입니다.

 

1100년의 세월을 기독교가 지배하던 시기였으면 유럽의 모든 사람은 다 모태신앙을 가졌고 당연히 기독교 교리가 생활 속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상태였습니다. 하나님이 만든 지구가 우주의 중심에 있으며 다른 천체들은 완전한 세계. 즉, 지구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 당연한 진리를 한 번에 뒤엎는 이론을 발표했으니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사회에 가져다주는 충격은 어마어마했습니다. 이는 국가 통치의 근본을 뿌리째 뒤흔드는 발표였죠. 단 한 사람의 논문으로 유럽 전체가 극도의 혼란에 뒤덮일 것이라는 상상은 충분히 실현 가능합니다. 이런 점에서는 기독교 내부 고민이 얼마나 컸을지도 쉽게 이해됩니다.

 

 

 

 

코페르니쿠스의 논문 제목 회전(Revolution)은 단순하게 '원을 그리며 돈다'라는 뜻이 아닌 '회전하여 원래 상태로 되돌아온다'라는 뜻입니다. 얼핏 같은 의미처럼 들리지만 cycle 과는 맥락이 다른 말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이 오듯이 원래 상태로 되돌아온다는 의미를 지닌 회전은 어떤 변화도 없이 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아온다는 말입니다. 한번 회전하여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어떤 변화도 없다는 뜻입니다. 지구가 태양을 돌면서 변화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태 그대로 다시 되돌아 온다는 말입니다. 이런 회전은 자연계에서나 가능한 현상입니다. 인공적으로는 변화가 전혀없이 회전하는 물체를 만들 수 없습니다.

 

 

 

자연의 회전이라는 의미를 지닌 '레볼루션'이 사회에 던져주는 충격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레볼루션'의 의미가 이후에 '혁명'으로 바뀐 것으로도 충분히 짐작이 갑니다.

 

 

 

혁명은 정치, 사회학적으로 기존 사회를 해체하고 변혁하기 위해 국가 정치체계를 완전히 바꾸는 것을 의미합니다. 혁명을 한자로 풀어보면 '가죽 혁(革)'이라는 글자와 '목숨 명(命)'이 합쳐진 단어이니 '가죽을 벗겨내고 새로운 목숨을 부여한다.'라는 뜻입니다. 엄청난 고통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죠. 뿌리째로 다 들어내서 새로 만든다는 말이니 '코페르니쿠스적 상상'이나 '코페르니쿠스 정신'이 어떤 의미인지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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