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습작 노트/▷ 정치 사회 역사

자본주의가 만든 대선 과정과 결과

(패밀리) 2022. 3. 10. 13:30

지난 3월 9일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 대통령이 선출되었습니다. 이번 대선의 과정과 결과로 대한민국의 문제를 간단하게 분석합니다. 이 분석은 개인 의견임을 알립니다.

 

저는 이번 대선에서 나타난 문제로 <자본주의에 매몰된 선거>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진보냐 보수냐> <영남이냐 호남이냐>가 아닌 자본주의가 심화된 결과에 따라 대선이 요동쳤다는 사실입니다. 이 분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1. 자본주의는 개인주의와 양극화를 가속화한다.

 

자본주의의 기본 개념은 <자본의 사유화>입니다. 인간이 노동. 혹은 경제 활동에 따라 발생하는 재화나 부를 집단이 공유하지 않고 개인이 사유화할 수 있다는 개념이 바로 자본주의입니다. 그래서 자본주의는 개인주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개인주의는 사회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를 개인으로 설정합니다. 선량한 개인이 모여 하나의 집단을 이루거나 국가를 형성한다면 그 집단과 국가는 이상적인 사회가 됩니다. 반대로 국가나 집단이 발전하면 그 속에 포함된 개인도 같이 발전한다는 것이 사회주의 이념입니다. 

 

자본의 사유화는 개인이 부를 축척한다는 점에서 사회 공동체보다는 개인의 이익과 행복에 방점을 찍습니다. 그렇기에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인간은 매우 이기적인 활동을 하게 됩니다. 자신의 이익과 결부된 어떤 행위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에 나와 관계없는 일에는 냉정할 정도로 무심해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사회 공동체가 중심이 되었던 옛날에는 옆집에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으면 문들 두드려 확인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옆집에서 시체 썩는 냄새가 날 정도가 되어야지 그제야 119에 신고합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더불어 완전 경쟁 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자본주의가 도입된 나라입니다. 자본주의 자체가 경쟁을 통한 발전을 추구하는데, 우리나라는 한 술 더 떠서 완전 경쟁을 추구하죠. 그래서, 많은 청년 백수들이 <남들이 열심히 공부할 때 너는 뭐했냐?>라는 말을 듣고 삽니다. 완전 경쟁 사회는 순위를 매겨 일렬로 줄을 세웁니다. 누군가는 회사 대표가 되겠지만 누군가는 청소일을 해야 하는데 그런 직업적 귀천을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결정된다고 보는 시선이 완전 경쟁 사회의 단면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3D 업종에 종사하는 작업자를 매우 하찮게 여깁니다.

 

 2. 선거에서 나타난 자본주의의

 

이번 대선의 특징적인 면은 자본주의적 선택이 강하게 드러났습니다. 그 대표적인 결과가 2,30대 남성이 <여가부 폐지>를 주장한 윤석렬 후보를 지지한 반면, 2,30대 여성은 반대급부로 이재명 후보를 많이 선택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써 윤석렬 후보가 공약한 <여가부 폐지>는 사실 실현가능성이 거의 없는 공약임에도 2,30대 남성의 주목을 끌었습니다. 여가부 폐지 보다는 기능적 조정을 통한 대안을 제시한 이재명 후보의 공약이 더 설득력이 있었지만, 2,30대 남자 청년층의 이익으로 본다면 윤석렬 후보자의 메세지가 더 강렬했던 것이죠. 그런 표심의 반대 급부로 나타난 것이 2.30대 여성의 표입니다. 남자의 이익은 당연히 여자의 손해로 귀결된다는 자본주의적 발상(승자 독식 제도)이 이재명을 선택하게 만든 요인입니다.

 

이러한 자본주의적 사회현상은 이미 조국 사태를 통해 나타났었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공정과 정의를 외치며 일어났던 많은 대학생들이 산업 재해 노동자와 하청 업체의 부도덕한 관계에는 철저히 침묵으로 일관했던 이유가 바로 나의 이익에 결부된 사안에는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면서도 나와 관계없는 이해관계에는 철저히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른바 선택적 분노는 철저히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나타났습니다.

 

이런 예는 또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책 중 하나인 부동산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세계 10위권인 대한민국 경제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개인으로 보면 아주 큰돈이 들어가지만 국가 전체 경제로 보면 부동산 정책이 국가 경제를 좌지 우할 정도는 아니라는 이야기죠. 경제 정책의 한 부분이 실패했다고 해서 청년의 분노를 살 이유는 없습니다. 청년이 대한민국에서 살기 힘들다는 말은 이미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헬 조선>이나 <금수저>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어렵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단지 내가 집을 장만할 차례가 되었을 때. 혹은 내가 부동산을 통한 이익에서 배제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분노했습니다. 다른 경제 정책이나 경제적 지표에는 철저히 무관심했으면서도 나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에는 예민할 정도로 크게 반응한 것이죠. 

 

이번 대선은 <진보와 보수>의 개념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이번 선거는 국민. 특히 젊은 층의 관심은 철저히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을 철저히 파고들어 분노화 시키고, 유권자를 선택적으로 편입한 국민의힘 선거 전략이 유효했던 것이죠.

 

3. 정의당의 종말

 

사실 정치를 자본주의와 연결시킨 대표적인 정당이 바로 정의당입니다. 노동자를 대변하는 정의당은 <노회찬> 의원의 부재와 더불어 원내 3당이라는 입지가 흔들리게 됩니다. 물론 심상정도 정치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지만, 갑자기 닥친 노회찬의 부재는 정의당 전체의 위기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젊은 여성형 정당으로 탈바꿈한 것입니다. 이른바 페미 정당으로 노선을 변경한 것이고, 틈새시장 공략을 통해 원내 3당의 입지를 다지려고 했던 것이죠. 하지만, 심상정의 판단 착오는 유권자를 너무 로맨틱하게 생각했던 것입니다. 젊은 여성을 대변하면, 그 사람들이 자신을 지지해 줄 것이라는 생각은 완전 오판이었습니다. 젊은 여성들이 자신에게 아무것도 해 줄 힘이 없는 정의당을 지지할 이유가 없는 것이죠. 정의당은 철저히 자본주의 시장 논리에 따라 당 정체성을 바꿨지만 젊은 여성들도 철저한 자본주의적 선택에 따라 심상정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이재명을 선택한 것이죠.

 

자본주의는 마지막은 다양성이 아닌 독과점 시장으로 끝이 납니다. 정치를 철저히 자본의 논리에 따라 접근하고, 유권자조차 자신이나 집단의 이익에 따라 선택한 결과는 안철수의 제3 지대론조차 설 자리를 잃게 만들었습니다. 양당 독과점 체제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고, 이 힘싸움에서 이긴 <국민의 힘>은 일본 <자민당>처럼 반영구적인 집권을 꿈꾸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오늘 윤석렬 당선인은

윤석열 "국민 이익이 국정 기준..진보·보수·영호남 따로 없을 것"

이라고 말을 했습니다. 

 

정치 이론 중에 <비 배제성>이 있습니다. 어떤 정치적 행위가 특정한 누군가를 배제할 수 없다는 이론입니다. 예를 들어 문재인 정부가 집 값을 의도적으로 올렸다면 <국민의 힘> 당원이 살고 있는 집값은 오르지 않아야만 합니다. 이처럼 누군가를 배제할 수 없는 정책에는 <비 배제성>의 논리가 들어 있습니다. 반면 특정 지역을 배제하거나, 특정 성별을 베제 할 수는 있습니다. 정부 정책은 보편적이 아니라 선별적이라는 점에서 <국민의 이익>이 특정한 집단이나 지역을 배제하는 이익이 된다면, 자본주의적 정치 성향은 더욱 가속화됩니다.

 

이번 국민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자못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