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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에 대하여: 헌법과 노동-1

(패밀리) 2018. 1. 8. 17:03

국민 대부분은 노동자입니다. 계급이 사라진 시민사회라 할 지라도 자본가와 정치 기득권 세력을 빼면 모두 노동자계급에 속합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법치주의 국가입니다. 만인의 의지가 담긴 법이 세상을 지배하는데 노동자를 위한 법은 올바르게 존재하지 않는 느낌입니다. 법이 없는 것일까요? 아니면 올바른 법의 의미를 알려주지 않는 것일까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노동에 대하여: 헌법과 노동-1

 

대한민국 헌법에 노동과 관련된 직접적인 언급은 헌법 제32조와 33조에 나와있습니다. 우선 32 1항과 2, 3항의 내용을 토대로 헌법에서 말 하는 노동의 의미를 확인 해보시죠.

 

32

①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

②모든 국민은 근로의 의무를 진다. 국가는 근로의 의무의 내용과 조건을 민주주의원칙에 따라 법률로 정한다.

③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

④여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으며, 고용·임금 및 근로조건에 있어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⑤연소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

⑥국가유공자·상이군경 및 전몰군경의 유가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우선적으로 근로의 기회를 부여 받는다.

 

우리가 살펴 볼 항목은 위32조 중에서 1, 2, 3항이 갖는 의미입니다. 우선 핵심 되는 내용은 2항의 모든 국민은 근로의 의무를 진다. 라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생각 해 볼 것은 왜 근로가(노동이) 의무냐? 하는 것입니다. 의무는 국민이 반드시 따라야만 합니다. 이를 위반 하면 벌칙이 따르죠. 내가 일하고 싶으면 일하는 것이고 일하기 싫으면 그만인데 그것을 법률로. 그것도 무려 헌법에서 의무로 못 박아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흔히일하지 않는 자는 빵을 먹지도 말라. 라는 이야기를 알고 있습니다. 이 내용은 자본주의적 발상을 담고 있습니다. 초기 자본주의 국가에서 만든 법률 중 하나인 영국구빈법”(1601년 시행)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구민법은 일을 할 수 있는 신체 조건을 가진 사람이면 마땅히 일을 하여야 한다는 강제성을 띤 법률입니다. 당시 초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노동단가였습니다. 원재료의 가격이 엇비슷하고 기술력조차 특별할 것이 없는 초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자본가의 배를 불릴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 바로 노동단가를 떨어트리는 방법입니다. 매우 기초적인 경제학 논리죠.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급속한 산업화를 경험하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영국에서 처음 시행된구빈법은 노동단가를 낮춰서 노동자의 생활의 질을 떨어트리고 노동 강도를 높이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러한 법률은 자본가의 이익을 극대화 시켜줍니다. 영국의 오래된구빈법과 한국 헌법에 이런 법 조항이 들어가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당시 상황을 좀 더 들여다 볼 필요가있습니다.

 

당시 영국은 급속한 산업화와 자본주의의 병폐가 극심했습니다. 모든 게 증기기관이 발명된 산업혁명의 결과물 이죠.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산업혁명이 일어나게 되고 영국의 중요한 산업 중 하나인 방직산업이 대규모 공장화 되기 시작합니다. 알다시피 영국은 겨울에 매우 추운 나라죠. 방직 산업의 급속한 발달은 양모 가격을 끌어 올립니다. 가격이 올라간 양모 산업은 새로운 블루오션입니다. 그래서 농지를 가진 지주들은(봉건영주) 농사짓는 땅을 빌려주는 대신에 양을 키우기 시작합니다. 목축업은 농업에 비해서 일손이 적게 들면서 큰 돈을 벌어 줬습니다. 당연히 땅을 빌려 농사를 짓던 농노들은 먹고 살 길이 없게 됩니다. 여기에 방적산업의 발달로 도시 주변에 대규모 공장이 폭발 적으로 늘어납니다. 대규모 공장은 많은 일손을 필요로 합니다. 이제 농노들은 도시로 몰려듭니다. 소작농이 사라지고 임금 노동자가 탄생합니다. 하지만, 대규모 공장에서 필요한 노동자 숫자에 비해 농촌에서 몰려드는 노동자 숫자가 너무 많았습니다. 노동시장에서 수요. 공급의 균형이 깨지게됩니다. 농민이 도시로 몰려들수록 노동 단가는 더 떨어지고 마침내 길거리에는 거지들이 넘쳐나게 됩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아예 노동을 포기하는 사태에 이르게 됩니다. 어차피 하루 종일 일해 봤자(당시 노동시간이 12~16시간) 하루 끼니를 때우기도 힘들 정도로 노동단가는 떨어졌습니다. 게다가 시골에서 온 노동자는 월세를 살았으니 당연히 집세를 내야 했습니다. 그러니 하루 종일 힘들게 일 하는 게 무의미해지는 사태가 된겁니다. 차라리 길에서 잠을 자고 구걸로 연명 하는 일이 오히려 편한 생활이 되어 버린 거죠. 


여기서 중요한 노동과 노동자의 가치가 등장을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잉여 생산물이 넘쳐나는 사회입니다. 마트나 백화점에 가면 진열장에 물건이 가득하죠 바로 잉여 생산 품입니다. 잉여 생산품은 넘쳐나는데 소비 할 소비 주체가 없다?

대부분의 노동 인구가 길거리에서 먹고 노니깐 소비할 소비 주체가 사라져 버립니다. 당연히 물건은 넘치는데 안 팔리죠. 그럼 가격이 떨어질까요? 아닙니다. 당시 사회는 가격조정 같은 개념이 없던 사회였습니다. 게다가 물건값을 원가 이하로 팔거나 수요 공급을 조정할 정도로 경제체계가 발전하지는 않았습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중요한 한가지 사실을 발견 할 수 있습니다. 노동자는 물건을 생산하는 생산자이기도 하지만 중요한 소비자 입니다. 생산의 주체이자 소비의 주체인 셈이죠. 현재 한국 사회와 묘하게 닮은 데가 있죠? 불경기에 시달리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소비주체가 될 사람들이 모두 지갑을 닫아버리면서 발생하는 현상 중 하나입니다. 계속되는 불경기의 늪이고 악순환의 고리인거죠. 대부분의 노동자가 먹고 살기 힘든 세상에서 누가 소비를 할까요? 최저 임금을 올려야 하는 목적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충분히 소비할 소비여력이 될 때까지 올리지 않는 한 소비 주체는 시장에 돌아 오지않습니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부를 지배한 소수의 사람이 지출하는 양이 경제 회복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라는 이론이 우세했습니다. 이른바 프리미엄 마케팅의 출발이었죠. 하지만, 부를 지배한 소수의 사람이 대부분의 소비 주체가 될 정도로 무한정 지출을 반복하지 않는다는 것이 사실로 들어나면서 국가 소비의 주체는 일반 서민에게 있다는 것이 현재 소비주체 이론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이 부분은 경제분야 이므로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상세히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으로 국가 이야기입니다.

당시 영국 사회의 큰 문제는 사회 간접 시설의 부족이였습니다. 도시 규모에 맞는 여러 기간 시설들이 존재해야 하는데 갑자기 믾은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어 도시는 사람이 넘쳐나게됩니다. 안정적인 주거지나 상,하수도와 같은  시설 확충이 몰려드는 인구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도시를 유지하는 여러 시설은 모두 국가 재정을 필요로 하죠. 돈 들어가야 할 곳은 많은 반면에 사람들은 세금을 제대로 낼 형편이 안됩니다. 먹고 노는 사람이 태반이니 세금이 부족해 지는 건 당연합니다. 주거 환경이 악화되고 치안도 불안해 집니다. 한마디로 난리난거죠.


 두 번째 포인트입니다.

노동자는 생산자 이면서 소비자죠. 그리고 중요한 납세자입니다.

이제 영국은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 됩니다.자본가들 조차 자본주의를 비판할 정도로 사태는 심각해 집니다. 돈 들여서 공장을 지었고, 물건도 만들었는데 안 팔립니다. 물건은 넘쳐나는데 소비 주체는 소비할 여력조차 없습니다.게다가 자칫 폭동이라도 나면 자본가는 죽은 목숨입니다. 그래서 자본가와 정치인이 한가지 꾀를 생각합니다. 바로구빈법의 시행입니다. 국가에서는 노는 사람을 붙잡아다가 [구빈원]에서 강제로 노역을 시킵니다. 문제는 강제노역에 제대로 된 임금을 줄까요? 전혀 아니죠. 가뜩이나 노동자가 넘쳐나는데 제대로 된 임금을 줄 이유가 없습니다. 성인 남자는 물론, 여자와 어린아이까지 구빈원에 가두어 놓고 일을 시킵니다. 만일 이를 거부하면 도시에서 강제로 추방시켜 버립니다. 농촌으로 보내는 거죠. 농촌에서 굶어 죽을까봐 도시에 온 사람들이 도시에서 다시 농촌 쫏겨 난 사람들이 먹고 살 길이 있을까요? 그래서 사람들은 강제로 사역을 당합니다. 기능이 없는 사람은 국가에서 공짜로 일하는 방법을 가르쳐 줬습니다. 이른바 [직업 훈련소]의 시작이 이때였습니다. (소설 '올리버트위스트'의 '올리버'가 구빈원에서 탈출했습니다.)

 

. 이제 국가가 왜 노동을 위무화 했는지 이해가 가시나요? 그렇다면 청년 실업문제를 이야기 할 때 우리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남들 공부할 때 뭐했어. 너도 열심히 공부하지.”

“아직도 먹고 노냐? 못난 놈이네.”

전형적인 자본주의에 길들여진 생각입니다. 국가가 노동의 의무를 명시 했다면 일자리도 국가가 만들어야 합니다. 국가는 대졸자에게 필요한 일자리. 고등학력 자에게 필요한 일자리 등 각종 산업별 능력별 일자리를 마련해야 합니다. 대통령 선거 때 마다 후보들이 일자리 공약을 발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노동자는 중요한 납세자 입니다. 영화 [네 깡패같은 애인]에서 깡패 박중훈의 대사가 찰지게 들리는 이유입니다.

 

"우리나라 백수 애들은 착해요. 테레비에서 보니깐 프랑스 백수 애들은 일자리 달라고 때려부수고 개지랄을 떨든데 우리나라 백수 애들은 다 지탓인줄 알아요. 지가 못나서 그런줄 알고. 아우 새끼들 착한건지 멍청한 건지 다 정부가 잘 못해서 그런건데.'

 

이제 1항의 내용도 자연스럽게 이해 되겠죠?

①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

 

국가가 근로자의 고용을 증진해야 하고 적정 임금의 보장에 노력해야 하는 것과 최저 임금법을 시행 해야 하는 이유가 다 설명이 됩니다. 최저 임금에 대한 이야기는 더 깊이있게 다루어져야 합니다. 이는 인간 존엄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다음에 다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3항의 내용인

③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 라는 내용은 노동자의 이데올로기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이는 헌법이 만들어 진 계기를 파악해야 하는데 이는 노동조합이 따라야 할 가치와 연결됩니다. 이는 노동자에게는 매우 중요한 가치 이념이니 만큼 이 부분은 다음에 이야기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