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휘발성이 강합니다. 입에서 나온 말은 허공에 뿜은 담배 연기와 같이 쉽게 사라집니다. 말은 유통기한이 짧은 만큼 제조 공정도 무척 단순합니다. 간혹 무심결에 내뱉은 말로 인해서 곤욕을 치를 때가 있습니다. '세 번 생각하고 한 번 말하라'는 선현의 지혜가 있지만 우리는 간혹 습관처럼 말을 내뱉습니다.
말보다 글이 갖는 힘은 매우 큽니다. 글은 기록입니다. 쉽게 쓰이지도 않지만 쉽게 사라지지도 않습니다. 수천 년 전 기록물이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정표와 같은 역활을 해 주는 것은 바로 글이 남긴 유산입니다. 하지만, 카톡과 같은 기계적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글도 말과 같은 짧고, 휘발되어 버립니다. 이는 긴 안목에서 보면 인간관계가 그만큼 단순해지고 무미건조해진다는 의미입니다. 세상은 더 복잡해지는데 사람과 사람의 사이는 점점 멀어져갑니다.
손편지는 아주 유용한 소통의 도구입니다. 저는 손편지를 편지지에 쓰지 않고 노트에 씁니다. 아내를 위한 노트 한 권과 딸을 위한 노트 한 권이 있습니다. 노트에 쓰는 편지는 책 한 권과 같습니다. 노트가 완성되면 한 권의 책이 완성된 것과 같으니 가족의 역사를 기록한 기록물과도 같습니다.
편지를 굳이 편지 형식으로 쓸 필요는 없습니다. 시를 쓰기도 하고 때로는 소설 형식을 빌려 쓰기도 합니다. 편지에서 나는 [그]가 되고 아내는 [그녀]가 되기도 합니다. 마음속에 담아둔 이야기 부터 일상 다반사까지 다양한 주제와 소재로 편지를 씁니다. 때론 시를 쓰기도 합니다. 가족간에 소통을 위한 편지에 굳이 문학적 형식을 따질 필요는 없습니다. 최근에는 도스또예프스키의 문체를 모방해서 편지를 씁니다. 이외수, 김훈등 여러 작가의 다양한 문체를 따라하다 보면 글 쓰기의 재미도 같이 느낄 수 있습니다. 소설, 수필 뿐만 아니라 고대 서사시(일리아드나 신곡)와 같은 형식으로 편지를 쓰기도합니다. 어휘력과 문장력이 좋아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글쓰기를 따로 연습할 필요가 없습니다.
손 편지는 위대한 소통의 도구 입니다.
오글거려 하기 어려운 말이나 서운한 감정등 나의 가슴에 묻어 둔 진솔한 마음을 전달 합니다.
손 편지는 바쁜 일상의 피로를 풀어주는 회복제와 같습니다.
커피 한 잔과 함께 쓰는 손 편지는 나의 여유로운 삶의 한 부분이지만 커피 한 잔과 함께 읽는 손 편지 또한 상대의 여유로운 삶을 만들어 줍니다. 손 편지 한 통에 마음을 전달 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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