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고전과 조직문화(1)-도덕경과 리더십(첫 번째: 수레바퀴와 리더)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에 보면 <서른 개의 바퀴살이 하나의 바퀴통에 모여 있으되, 그 가운데가 비었기 때문에 수레의 쓰임이 있다. (三十輻共一轂 當基無 有車之用)>라는 말이 있습니다.
수레는 무거운 짐을 옮기는 중요한 운송 수단입니다. 고대 농경사회를 유지하는 필수적인 산업 장비이면서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전차로도 사용 되었죠. 이 수레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이 바퀴입니다.
최초의 바퀴는 통으로 된 원형 판에 바퀴 축을 끼워 사용 했습니다. 이런 바퀴는 무게가 너무 무거워 많은 짐을 실을 수 없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한, 축이 바퀴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수레가 전복되는 일이 허다했습니다. 그래서 발전한 바퀴가 막대(살)로 지탱하는 바퀴입니다. 통 바퀴의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한 것이죠. 바퀴는 더 가벼워진 반면 예전보다 더 무거운 짐이나 많은 양의 짐을 수레에 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통 바퀴 보다 살로 된 바퀴가 효율적인 이유는 속이 차있는 바퀴는 축 중심에서 하중이 바퀴에 고르게 분포되지 못합니다. 반면 살로 뼈대를 만든 바퀴는 바퀴살이 무게를 고르게 분산시켜 줍니다. 노자가 이야기 한 서른 개의 바퀴살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하나의 수레바퀴에서도 특정 바퀴살이 수레의 힘을 온전히 지탱한다면 수레는 전복되고 맙니다. 불량 바퀴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서른 개의 바퀴살 중에서 하나라도 손상 되면, 바퀴는 힘의 균형을 잃고 부서지고 맙니다. 무거운 수레를 지탱하는 것은 특정한 바퀴살도 아니고, 축도 아닙니다. 모든 바퀴살 하나 하나가 다 중요합니다. 무게 부담을 모든 바퀴 살이 나누어 부담하는 것이 바로 바퀴가 제대로 된 기능을 하는 핵심입니다. 그렇게 동작하는 바퀴는 중심 축을 통해서 수레를 움직이게 됩니다. 수레바퀴가 무거운 물건을 나를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바퀴살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바퀴의 중심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바퀴에 전달된 모든 하중을 지탱하는 것은 바퀴의 중심입니다. 바퀴 중심에는 작고 둥근 구멍이 있습니다. 구멍 중심은 텅 비었습니다. 바퀴의 중심은 비어 있지만 모든 바퀴살의 중심입니다.
노자는 <서른 개의 바퀴살이 하나의 바퀴 통에 모여 있으되, 그 가운데가 비었기 때문에 수레의 쓰임이 있다.>고 했습니다. 결국 바퀴살과 중심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바퀴 살도 중요하고, 중심도 중요합니다. 특히 중심은 모든 바퀴살이 모이는 곳이므로 어느 하나의 바퀴살에 편향되지 않게 지탱합니다. 중심은 어느 하나의 바퀴살에도 힘이나 축 방향을 고정시키지 않습니다. 비어 있으므로 모든 바퀴살에 고르게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또한, 모든 바퀴살을 평등하게 대 합니다. 바퀴 중심과 바퀴살의 조화로움이 있기에 바퀴는 쉬지않고 작동할 수 있는 것이죠.
모든 조직에는 중심이 되는 인물인 직책자와 하부 조직을 구성하는 구성원이 있습니다. 직책자는 하부 구성원 어느 한 사람에게 편향되지 말아야 합니다. 모두가 평등하게 대합니다. 모든 구성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이지만, 스스로는 비어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중심이 되는 인물은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모든 구성원이 자유롭게 일하도록 두지만 사실은 모든 구성원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없는 듯 하지만 있고, 있는 듯 하지만 사실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이것을 유가에서는 중용(中庸)이라 하고, 불가에서는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이라 합니다. 물론 노자도 이러한 원리를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서로 어우러져 살아간다>는 의미로 유무상생(有無相生)이라 했습니다.
중심은 비어 있지만 모든 살은 그 중심을 향합니다. 구성원은 모든 실무를 담당합니다. 그 실무의 중심에는 조직의 우두머리인 직책자가 존재합니다. 직책자는 구성원이 하는 일에 직접 관여를 하지 않습니다. 원활한 업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받쳐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 역할만으로도 바퀴가 잘 굴러 가듯이 조직은 원활히 돌아갑니다. 간혹 삐걱대는 상황이 발생 할 때에는 문제를 원활하게 해결하는 윤활유 역할을 합니다. 가장 중요한 축이지만, 그 축은 비어 있기에 손상되는 일이 없습니다. 또한, 비어 있기에 많은 것을 담을 수 있습니다. 이 역시 노자가 말한 큰 그릇은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다는 이론입니다. 큰 그릇은 비어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수용하고 담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늦게 이루어집니다. (대기만성- 大器晩成)
노자의 바퀴 이야기는 단순한 것 같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직책자로써 권한과 책임이 때로는 구성원을 대하는 태도와 서로 잘 어울리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어떤 권한을 어느 정도로 행사 해야 할 것이가? 그리고, 어떤 책임을 어느만큼 짊어져야 하는가? 모두 직책자가 떠 안고가는 고민거리입니다. 이런 어려운 고민은 직책자와 구성원 사이에 존재하는 강한 믿음으로 해소 가능합니다. 직책자는 구성원을 믿고 구성원은 자신을 믿어주는 직책자의 믿음에 충실히 따르는 태도가 중요한 것이죠. 이런 믿음과 태도는 무엇을 주고 받는 관계가 아닌 선의(善義)가 바탕에 깔려 있어야 가능합니다. 민법의 바탕이 되는 신의성실(信義誠實)의 법칙을 생각하면 간단합니다. 상호간에 강한 믿음으로 성실히 상대를 대한다면 그 조직은 어려운 난관도 거뜬히 헤쳐 나갈 수 있는 역량을 발휘하게 됩니다.
<서른 개의 바퀴살이 하나의 바퀴통에 모여 있으되, 그 가운데가 비었기 때문에 수레의 쓰임이 있다. (三十輻共一轂 當基無 有車之用)>
<끝>
'▶ 습작 노트 > ▷ 종교 철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양 고전과 조직문화(3)-도덕경과 리더십(세 번째: 대기만성-大器晩成) (0) | 2021.12.05 |
---|---|
동양 고전과 조직문화(2)-도덕경과 리더십(두 번째: 물에 대한 이야기) (0) | 2021.11.18 |
[연재3] 자유-자연계의 자유(3) (0) | 2019.08.11 |
[불교명언-3]고통 버리기 (0) | 2019.08.07 |
[연재2] 자유-자연계의 자유(2) (0) | 2019.07.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