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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우리가 바라는 것은?

아내와 함께 예천 용문사를 찾았다. 대회를 가면 항상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 산을 찾는다. 심리 상태가 무엇보다 중요한 운동이기에 마음을 가다듬고 여유를 갖기 위해 대회를 앞두고 늘 산을 찾는다. 다만 등산을 하기에는 다음 날 시합 일정이 부담되어 꾀를 낸 것이 좋은 산에 있는 좋은 절을 찾는 방법을 선택했다. 신라 시대 세워진 천년고찰 용문사 보광명전에서 합장을 했다. 종교관을 떠나서 장소에 맞는 예법을 지켜야 하기에 한동안 합장을 하고 돌아서는데 아내가 말을 건넨다. "이상하죠? 바라는 것이 많은데 이런 장소에 오면 아무 생각이 안나요. 그냥 기도만 하고 마는데 참 이상 합니다. 왜? 생각이 나지 않는 걸까요?" 날이 너무 좋아 하늘을 바라보며 아내 물음에 답한다. "사람은 절이든 교회든 어디든 가면..

1-1 濂溪先生曰 (6)

[張伯行 註]此는 周子因易有太極之辭하야 黙契道體之本原하고 立象盡意하며 而復著說以明其蘊也라 無極은 止言其無形이요 太極者는 大而無以復加之至理也라 言上天之載 無聲無臭로되 而沖漠無朕之中에 萬象萬化 森然已具하니 蓋本無形迹可求로되 而實爲無以復加之至理라 此其所以爲造化之樞紐요 品彙之根柢也니라 이는 周子(周惇頤)가 ‘易에 太極이 있다.’는 말을 인하여 道體의 本原을 묵묵히 알고 象을 세워 뜻을 다하며 다시 〈太極圖說〉을 지어 그 깊은 뜻을 밝힌 것이다. 無極은 다만 無形임을 말했을 뿐이요, 太極은 커서 다시 더할 수 없는 지극한 이치이다. 上天의 일이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으나 沖漠無朕(沖漠하여 조짐이 없음)한 가운데 萬象과 萬化가 森然히 이미 갖추어짐을 말하였으니, 본래 찾을 만한 形迹이 없으나 실로 다시 더할 수 없..

불편한 편의점-김호연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게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각각 다르다. (톨스토이 -안나카레니나 중에서) 불편한 편의점은 옴니버스 형식을 한 장편소설이다. 모두 여덟 꼭지로 구성된 소설은 편의점을 중심으로 한 꼭지마다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서 다양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옴니버스의 장점은 아라비안 나이트같이 다양한 이야기를 한권의 책을 통해 읽을 수 있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작가가 던져주는 메시지를 빼면 등장인물에 대한 이해도나 스토리의 개연성 등 여러 면에서 허술한 부분들이 쉽게 노출되는 단점이 있다. 불편한 편의점 역시 후반부 주인공의 과거사와 관련된 장황한 이야기에 큰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도 옴니버스 형식이 주는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작가의 작위적인 장치들을 조건 없이 받아들..

프레임과 다수결의 오류

위 설문조사는 정치인의 프레임 전략의 실효성을 이야기하는 중요한 단서가됩니다. 하지만, 이 외에도 이라는 오류를 설명하는데 사용될 수 있는 사례입니다. 일반적으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다수결이라는 방법을 많이 사용합니다. 다수의 결정이 전체를 대표하기에 투표와 같은 방법을 통해서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죠. 하지만 다수결이라는 방법이 반드시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도구는 아닙니다. 이른바 눈에 보이지 않는 소수가 이미 투표의 방향을 결정하는 역활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 사례처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드는 설문의 방식이나 설문의 문구는 소수자가 결정합니다. 소수가 어떤 형태로 문구를 만드느냐? 소수가 어떤 문항을 선정 하느냐에 따라 같은 문제라 하더라도 전혀 다른 결과를 ..

1-1 濂溪先生曰 (5)

愚按 節齋先生此條所論이 最爲明備어늘 而或者於陰陽未生之說에 有疑焉하나니 若以循環言之면 則陰前是陽이요 陽前又是陰이라 似不可以未生言이어니와 若截自一陽初動處萬物未生時言之면 則一陽未動之時를 謂之陰陽未生이라도 亦可也니 未生陽而陽之理已具하고 未生陰而陰之理已具하니 在人心則爲喜怒哀樂未發之中이니 總名曰太極이라 然具於陰陽之先而流行陰陽之內 一太極而已니라 내(葉采)가 살펴보건대 節齋先生이 이 조항에서 논한 것이 가장 분명하고 구비되었는데, 혹자는 ‘陰陽이 생겨나기 이전’이라는 말에 대하여 의심함이 있으니, 만약 순환(循環)하는 입장에서 말한다면 陰이 되기 이전은 陽이고 陽이 되기 이전은 또 陰이어서 미생(未生)으로 말할 수 없을 듯하다. 그러나 만약 한 陽이 처음 動하는 곳에 萬物이 생겨나기 이전을 잘라서 말한다면 한 陽이 동..

훌훌 - 문경민 (세상이 알아야 하는 고통)

살려 주세요. 첫 문장은 아니지만 첫 문장과 다름없다. 교무실에서 선생님과 상담하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소설 훌훌은 선생님의 컴퓨터 배경화면에 깔린 코믹 재난 영화 포스터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 시작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코믹 재난 영화 주인공의 살려 달라는 외침은 관객에게는 재미있는 웃음거리에 불과하다. 눈물과 콧물로 범벅된 주인공 얼굴은 그저 희화화된 캐릭터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주인공은 그 포스터에 자신을 투영시킨다. 저자 문경민 씨는 소설 훌훌로 제12회 문학동네 청소년 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저자는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소설을 썼다고 밝혔다. 그리고, 라고 덧붙였다. 누군가의 고통을 우리가 알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상대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의 고통..